유럽 여러 도시를 한 번에 여행하려고 하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숙박일수를 나누는 일입니다.
파리 3박, 런던 2박, 로마 3박처럼 도시마다 숫자를 배분해보지만 막상 일정을 완성하면 생각보다 관광할 시간이 부족해지기도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여행계획에서는 3박을 3일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도시를 옮기는 날은 평범한 관광일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열차가 두 시간 걸린다고 해서 두 시간만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역으로 이동하고, 열차를 기다리고, 도착한 뒤 다시 숙소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따라서 여러 도시를 연결하는 유럽여행에서는 먼저 '몇 박을 잘까'를 정하기보다 이동 때문에 줄어드는 시간을 일정표에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3박이라는 숫자보다 도시에 온전히 머무는 날을 셉니다
파리에서 3박을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첫날 오후에 다른 도시에서 파리로 들어오고, 마지막 날 오전에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면 실제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날은 가운데 이틀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첫날 오전 일찍 도착하고 마지막 날 늦은 시간에 출발한다면 같은 3박이어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숙박일수를 정할 때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편이 단순합니다.
'이 도시에서 몇 박을 잘 것인가'가 아니라 '이 도시에서 이동하지 않는 하루가 몇 번 있는가'를 먼저 세는 것입니다.
도착일과 출발일을 제외하고 남는 날이 실제 관광의 중심이 됩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같은 3박이라도 일정의 여유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시 이동에는 열차에 앉아 있는 시간 외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럽에서 열차로 도시를 이동할 때 검색 결과에는 보통 출발역부터 도착역까지의 시간이 표시됩니다.
하지만 실제 여행자는 역에서 여행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한 뒤 역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역에 도착해서 열차를 찾고 필요한 경우 출발 전에 기다릴 시간도 확보해야 합니다.
도착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바로 관광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숙소로 이동해 짐을 맡기거나 체크인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차 탑승시간이 2시간 30분이라도 그날 일정에서 사라지는 시간이 정확히 2시간 30분인 것은 아닙니다.
숙소와 역 사이 이동이 각각 30분이고 출발 전에 30분 정도 여유를 둔다면 이미 추가 시간이 생깁니다.
따라서 도시 이동시간을 계산할 때는 열차 시간 하나만 일정표에 적기보다 '숙소 출발부터 다음 숙소 도착까지'를 하나의 이동 구간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오전 이동과 오후 이동은 같은 하루를 전혀 다르게 만듭니다
도시 이동일에도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열차 시간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집니다.
오전 열차를 선택하면 이전 도시에서의 마지막 오전은 사실상 포기하게 되지만 다음 도시에서는 오후부터 일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후 열차를 이용하면 이전 도시에서 오전 시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음 도시에 도착한 뒤에는 저녁 정도만 남을 수 있습니다.
둘 중 어느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전 도시에서 꼭 하고 싶은 일정이 남아 있다면 오후 이동이 편할 수 있고, 다음 도시의 일정이 더 중요하다면 오전 이동이 낫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동일에 두 도시의 주요 관광을 모두 넣지 않는 것입니다.
오전에는 첫 번째 도시의 대표 관광지를 보고 오후에 열차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두 번째 도시의 대표 관광지까지 예약해두면 작은 지연 하나에도 일정이 빠듯해질 수 있습니다.
이동일에는 한쪽 도시만 중심으로 사용하는 편이 계획을 유지하기 쉽습니다.

국경을 넘는 열차는 일반적인 도시 간 이동과 다르게 봅니다
유럽이라고 해서 모든 열차 이동 방식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런던과 파리처럼 Eurostar를 이용해 이동하는 일정은 일반적인 국내 열차 이동처럼 출발 직전에 역에 도착하는 방식으로 계획하면 안 됩니다.
런던을 오가는 Eurostar는 출발 전에 여권과 수하물 관련 절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출발역별로 권장 도착시간이 정해져 있고 일반 열차보다 역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노선이 일정에 있다면 단순히 열차 운행시간만 보고 오전 관광을 꽉 채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약한 열차에 따라 좌석예약이 필요한 경우도 확인해야 합니다.
유레일 공식 안내에서도 일부 고속열차와 국제열차, 야간열차는 패스와 별도로 좌석예약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인기 노선은 좌석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결국 도시 사이의 거리가 비슷해도 어떤 열차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이동일에 필요한 시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박은 '도시를 봤다'보다 이동을 위한 숙박이 되기 쉽습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가능한 많은 도시를 넣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1박짜리 도시가 계속 추가됩니다.
하지만 오후에 도착해 1박을 하고 다음 날 다시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면 그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숙소를 찾아가 체크인하고 저녁을 먹은 뒤 다음 날 아침 다시 짐을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정 도시를 경유하는 것이 목적이거나 한두 곳만 보고 싶은 경우라면 1박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1박 도시가 여행 중 반복되는 경우입니다.
파리 2박, 브뤼셀 1박, 암스테르담 1박, 다른 도시 1박처럼 이동이 이어지면 관광보다 짐을 싸고 푸는 일이 여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운 도시를 하나 추가할 때는 관광지 숫자보다 '숙소를 한 번 더 옮길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간열차를 넣는다고 하루가 완전히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숙박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야간열차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야간열차는 낮 시간을 이동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레일 패스를 사용하는 경우 환승 없이 자정을 넘어가는 야간열차는 출발일 하나의 여행일만 사용하는 규칙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간열차를 이용했다고 해서 다음 날이 평범한 관광일과 완전히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착시간이 이른 경우 숙소 체크인 전까지 짐을 맡길 곳이 필요할 수 있고, 열차에서 충분히 쉬지 못했다면 오전부터 긴 관광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야간열차를 이용하는 날은 '숙박 1박을 아꼈다'는 계산과 함께 다음 날 일정의 강도도 조절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행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 반드시 체력을 절약하는 방법과 같지는 않습니다.
숙박일수는 하고 싶은 일의 개수로 역산합니다
도시별 숙박일수를 정하기 어려울 때는 박수를 먼저 배분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먼저 각 도시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습니다.
예를 들어 박물관 두 곳과 특정 지역 산책, 근교여행 하루가 필요하다면 최소한 몇 번의 온전한 낮이 필요한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도착일과 출발일을 붙입니다.
온전히 필요한 날이 2일이고 첫날 오후 도착, 넷째 날 오전 출발이라면 3박 정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꼭 하고 싶은 일정이 하루 안에 충분히 가능하다면 반드시 3박을 배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유명한 도시니까 무조건 3박, 작은 도시니까 1박이라는 식으로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행자의 관심사에 따라 같은 도시에서도 필요한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행 전체에서 이동일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합니다
도시별 일정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여행 전체를 한 번 봅니다.
10박 여행에서 도시를 다섯 번 옮긴다면 이동하는 날이 상당히 많아집니다.
각 이동이 짧더라도 체크아웃과 이동, 체크인이 반복됩니다.
반대로 도시 수를 하나 줄이면 그날은 온전히 여행에 사용할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면 관광지 하나를 빼기보다 도시 하나를 빼는 것이 더 큰 여유를 만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여러 나라를 처음 여행한다면 지도에서 가까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도시를 계속 추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교통편이 있다는 것과 여행 일정에 넣기 좋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몇 박이 적당한지보다 이동하지 않는 날을 확보합니다
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할 때 숙박일수에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파리 2박은 충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5박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 이름 옆에 박수를 먼저 적기보다 이동하지 않고 온전히 사용할 날이 몇 번 필요한지를 정하는 방법이 더 유용합니다.
그다음 도착시간과 출발시간, 도시 사이의 실제 이동 과정을 더하면 필요한 숙박일수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일정이 완성됐는데도 너무 바빠 보인다면 관광지 하나씩을 지우기 전에 숙소를 몇 번 옮기는지부터 세어보세요.
도시 하나를 더 방문하는 것보다 한 도시에서 하루를 더 보내는 것이 전체 여행을 훨씬 여유롭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