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숙소만큼은 꽤 욕심을 냈어요.
특히 그린델발트에서는 그냥 잠만 자는 호텔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곳에서 묵고 싶었습니다.
스위스를 여러 번 다녀왔지만 아이거 북벽을 바로 앞에 두고 머무는 경험은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객실 타입과 전망을 계속 비교하다 선택한 곳이 그린델발트 선스타호텔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저희 부부에게는 객실보다 창밖을 더 오래 바라봤던 호텔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호텔보다 산이 먼저 보였어요
선스타호텔에 처음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 지은 도심 호텔처럼 반짝이고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주변을 둘러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산으로 가요.
호텔 앞에 서자마자 “아, 진짜 그린델발트에 왔구나” 싶을 만큼 주변 풍경의 존재감이 컸습니다.
내부도 비슷했어요. 천장과 곳곳에 우드톤이 많이 사용돼서 세련된 신축 호텔보다는 알프스 지역의 오래된 휴양 호텔에 온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느낌이 그린델발트와 잘 어울려서 좋았어요.
일찍 도착해 짐부터 맡겼는데 이동하기 편했어요
저희는 융프라우 일정 때문에 호텔에 일찍 도착해서 먼저 짐을 맡겼습니다.
캐리어를 가지고 계속 이동하지 않아도 되니 이것만으로도 한결 편했어요.
로비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공간도 넉넉해서 체크인 전후 잠시 쉬기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여행에서는 호텔 위치도 만족스러웠어요.
Firstbahn 곤돌라가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피르스트를 일정에 넣었을 때 이동하기 편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하루에 많이 걷게 되니까 숙소를 정할 때 이런 위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결국 아이거 북벽뷰였어요
저희가 선스타호텔을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사실 시설도, 조식도 아니었어요.
아이거 북벽이 보이는 객실.
그린델발트까지 왔는데 객실에서 산이 보이지 않으면 신혼여행 내내 조금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발코니 쪽으로 나가보니 앞을 가리는 것이 거의 없이 산이 펼쳐졌습니다.
사진 몇 장 찍고 끝나는 전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관광하고 돌아와서 또 보고, 잠깐 쉬다가 다시 발코니로 나가게 됐습니다.
남편이 산 좀 그만 보라고 할 정도로 제가 계속 보고 있었어요.
같은 아이거 북벽인데도 시간에 따라 빛과 구름이 달라지니 풍경 자체가 계속 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녁에는 정말 황금빛으로 변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해 질 무렵이었어요.
저녁이 되면서 산 정상부터 서서히 색이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아이거 북벽에 햇빛이 닿으면서 황금빛처럼 보였습니다.
낮에 계속 보던 산인데도 이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요.
변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잠깐 다른 걸 하고 있었다면 놓쳤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체르마트에서 기대했던 황금 마테호른은 조금 애매하게 봤던 반면, 그린델발트에서는 제가 기대했던 황금빛 아이거 북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신혼여행에서 유명 관광지를 본 기억도 많이 남지만, 둘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색깔이 변하는 걸 바라보던 이런 순간도 꽤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조식 먹고 바로 나가려다가 테라스에 붙잡혔어요
저희는 호텔 조식도 이용했습니다.
크루아상과 달걀, 베이컨, 소시지, 과일 등을 챙겨 먹었는데 여행 중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하고 바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편했어요.
그런데 정작 기억에 더 남는 건 조식 이후였습니다.
밥을 먹고 바로 관광하러 나갈 생각이었는데 테라스에 나가보니 또 산이 너무 잘 보이는 거예요.
결국 커피를 마시면서 한참 더 앉아 있다가 출발했습니다.
빨래를 돌리고 기다릴 때도 이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관광지를 하나 더 찾아다니지 않아도 숙소에서 쉬는 시간 자체가 여행처럼 느껴졌다는 게 좋았습니다.

밤에는 산 대신 별을 보게 됐어요
밤이 되면 낮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낮에는 그렇게 선명하던 산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주변도 조용해졌어요.
대신 하늘에 별이 정말 많이 보였습니다.
사진에는 실제로 봤던 만큼 담기지 않았는데도 별이 꽤 많이 찍힐 정도였어요.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객실로 돌아오면 보통 그냥 쉬고 싶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낮에는 아이거 북벽을 보고, 해 질 때는 산의 색이 변하는 걸 보고, 밤에는 별을 보느라 계속 밖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때 왜 숙소를 예약하면서 그렇게 전망을 따졌는지 알겠더라고요.

다시 신혼여행 숙소를 골라도 뷰를 먼저 볼 것 같아요
선스타호텔은 최신식 시설 자체가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은 호텔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린델발트라는 장소와 호텔이 잘 어울렸고, 그 안에서 아이거 북벽을 아침부터 밤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호텔 주변을 천천히 걷고,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숙소에 돌아와 다시 산을 바라봤던 시간도 기억에 남아요.
신혼여행이라고 해서 하루를 관광 일정으로 꽉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이곳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처럼 그린델발트 숙소를 고를 때 전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단순히 호텔 이름만 보고 예약하기보다 예약하려는 객실에서 실제로 어느 방향의 전망을 볼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 부부에게는 비싼 스위스 호텔에서 단순히 잠을 잔 게 아니라, 숙소에 머무는 시간까지 여행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그린델발트에 간다고 해도, 저는 역시 아이거 북벽이 보이는 객실부터 찾아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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